다소 쌀쌀해진 저녁이지만 그래도 한낮은 여전히 포근해 행복합니다. 한낮의 따듯한 햇살이 식어갈 즈음, 아카데미 2강의실에 플라톤의 <국가>를 함께 읽기 위해 모입니다. 아마도 철학아카데미에서 함께 하며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는 참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뵐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싶습니다. 정말이지 김인곤 선생님 뿐만 아니라 함께 수강하시는 선생님들도 정말 최고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적은 수이지만 함께 플라톤을 읽고 고민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은 눈 깜박하면 금새 2시간도 한 참 넘어 기약된 시간을 저 뒤에 두는 일이 다반이고요. 그렇게 철학아카데미 수요 오후강좌 "플라톤 <국가> 강독"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가을 학기 개강을 했는대요. 우리는 이제 <국가> 총 10권 중 2권 초입부를 여행 중에 있지요~ 우리가 직전에 보았던 문제는 그 유명! 유명! 유명한 기게스 반지 부분이었요. 기게스 반지 이야기는 헤로도토스 <역사> 1권에서도 나오고 플라톤 <국가> 2권에서도 나온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둘다 '엿봄'의 모티브를 소재로 하고 있는 것이 참 재미있어요. 그런데 플라톤의 기게스 이야기는 진짜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기게스가 어느날 우연하게 반지를 주었는데 그 반지는 신기하게 자신이 안보이게 해주는 능력이 있어요. 그래서 기게스는 반지를 돌리면서 자기 자신을 보이게도 안보이게도 할 수 있었지요. 반지의 능력을 확인하지마자 기게스가 처음 한 일이 무엇인지 아세요? 왕의 행렬에 자신이 안보이게 하고 따라가서 왕비를 농간하고, 그 왕비와 모략하여 왕을 죽이고 왕국을 차지하는 것이었어요. 그리고는 플라톤이 글라우콘의 입을 빌어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도 기게스의 반지가 있다면 그러지 않겠어?"


기게스 반지.jpg


우리는 여기에서 고민에 빠졌습니다. 저는 내심 너무도 멋진 우리 선생님들의 생각이 궁금해 미칠지경이었어요. 왜냐하면 저는 절대로 단언하건대, 기게스와 다를 바 없을 것 같기때문입니다. 물론 우리나라는 왕이 없어서 방법은 좀 다르겠지만요! ^^ 그런데 역시 함께 들으시는 선생님들께서는 기게스와 다른 행동을 하면서 진정한 행복을 누린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이런 문제도 고민했어요. 만약 1억을 주운다면 그 돈을 경찰에 맡길 것인가? 역시 선생님들께서는 돈의 임자를 찾아주실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수표로 줍는다면 당연히 시민정신을 발휘하여 돌여주겠지만 현금이면 절~대 제가 같는다고 선포했습니다!ㅎㅎ 저는 기게스의 반지 이야기를 통해 글라우콘이 하려는 말에 십분 공감합니다. 여전히 이것은 제 개인적 특성이 아닌 인간 보편의, 아니 생명체 본연의 특성이라고 저는 생각하는대요. 그건 제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고, 역시 선생님들의 다른 생각들에 부딪히면서 더 즐겁고 더 고민하게 되고 더욱 행복합니다.


우리 수업을 두고 김인곤 선생님께서는 자주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아! 이거 진짜 일급 정보인데~" 우리 수업은 결코 쉬운 것 같지는 않아요. 정보량이 부족해서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플라톤만큼 치밀하게 고민하고 사유해보는 것에 아직은 서툴러서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플라톤을 읽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쉽게 결론내리는 나를 벗어나 한 번 더!! 생각하고 고민해보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내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의 질들도 점점 더 깊숙이 내려 앉아 있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그럴 때, 바로 그럴 때, "아! 내가 철학을 하고 있구나!" 하는 쾌감을 느끼곤 해요! ^^ 더불어 내가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지배당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만들어 가고 있구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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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곤 선생님도 한참 동안을 함께 고민해야만 하는 수업! 플라톤을 통해 함께 생각을 공유하고 그럼으로써 삶을 조금씩 공유하는 통로가 되는 우리 "플라톤 <국가> 강독" 수업은 참 좋습니다! 김인곤 선생님께서 다짐하시듯, 플라톤의 저서를 진득하니 함께 읽어보는 이 수업이 끊임없이 이어지길 기대해봅니다. ^^*